항렬자와 돌림자, 무엇이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것을 가리키는 두 이름입니다. 헷갈리는 건 이름이 아니라 위치와 순서 쪽입니다.

1. 항렬자 = 돌림자

항렬(行列)은 같은 세대를 뜻합니다. 형제, 사촌, 육촌은 촌수는 달라도 같은 항렬입니다. 그 세대가 이름에 공통으로 넣기로 한 글자를 항렬자라고 하고, 이 말을 우리말로 풀어 쓴 것이 돌림자입니다. 세대마다 돌아가며 쓴다고 해서 '돌림'입니다.

둘은 뜻 차이가 없습니다. 문서나 족보에서는 항렬자, 집안 어른들 말씀에서는 돌림자 쪽이 자주 쓰인다는 정도의 차이입니다.

2. 왜 세대마다 글자 위치가 바뀌나

많은 집안이 항렬자의 위치를 세대마다 번갈아 둡니다. 한 세대가 이름의 앞 글자를 항렬자로 쓰면, 그다음 세대는 뒷 글자를 항렬자로 쓰는 식입니다.

세대이름 형태항렬자 위치
윗세대○ + 항렬자뒷 글자
다음 세대항렬자 + ○앞 글자
그다음 세대○ + 항렬자뒷 글자

이렇게 번갈아 두면 이름만 보고도 세대를 가늠할 수 있고, 위아래 세대가 같은 자리에 같은 글자를 쓰는 일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집안이 번갈아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한 자리에 고정한 집안도 있습니다.

3. 항렬자를 정하는 순서 — 오행과 천간

항렬자를 아무렇게나 고르지는 않습니다. 널리 쓰이는 방식은 오행의 상생 순서를 따르는 것입니다.

목(木) → 화(火) → 토(土) → 금(金) → 수(水) → 다시 목(木)

세대가 하나 내려갈 때마다 이 순서의 다음 오행에 해당하는 부수를 품은 글자를 항렬자로 삼는 방식입니다. 나무를 품은 글자 세대 다음은 불을 품은 글자 세대, 그다음은 흙을 품은 글자 세대가 되는 식이죠. 앞 세대가 뒤 세대를 낳아 준다는 상생의 순서를 이름에 담은 것입니다.

이 밖에 천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순서를 따르거나, 숫자를 품은 글자를 차례로 쓰는 집안도 있습니다. 어느 방식을 쓰는지는 문중마다 다릅니다.

4. 우리 집안 항렬자는 어디서 확인하나

  1. 족보 — 가장 확실합니다. 세대별 항렬자가 정리돼 있습니다.
  2. 종친회 / 대종회 — 문중이 공식적으로 관리합니다. 항렬표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3. 집안 어른 — 사촌 형제의 이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 글자가 바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페이지에 성씨별 항렬표를 싣지 않는 이유

항렬자는 같은 성씨 안에서도 본관과 파(派)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김해 김씨라도 파가 다르면 항렬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표를 그대로 옮기면 남의 집 항렬자를 우리 집 것으로 알려 드리는 일이 생깁니다. 이름은 한 번 정하면 되돌리기 번거로운 일이라, 저희가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싣지 않기로 했습니다. 항렬표의 정본은 그 문중의 족보와 종친회입니다.

5. 요즘은 꼭 지켜야 하나

강제되는 규칙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이름에 항렬자를 넣어야 할 의무는 없고, 지키지 않는 집안도 늘고 있습니다. 딸에게도 항렬자를 붙일지는 집안마다 판단이 갈립니다. 전통적으로는 아들 쪽에 적용해 왔지만, 요즘은 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집안이 적지 않습니다.

한글 이름을 지으려는 경우에는 항렬자를 소리만 맞추는 절충을 택하기도 합니다. 항렬자의 한자 독음을 이름의 한 글자로 쓰되 한자는 올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흔한 갈등은 항렬자를 넣으면 남은 글자의 선택지가 확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한 글자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나머지 한 글자로 소리, 뜻, 인명용한자 여부를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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